한국대중음악상 1회 때 부터 지금까지 선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를 만났다.
연말 가요대상에 대한 대안적 음악상으로 지난 2004년 제정된 ‘한국대중음악상’이 올해로 5회를 맞았다. 한국대중음악상은 기존 음악 시상식과는 달리 대중성과 음반 판매량이 아닌 작품성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결정함으로써 ‘음악인들의 진정한 축제’로 불려왔다. 하지만 대중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매회 제기됐고, ‘진정한 축제’라는 이름 앞에 ‘그들만의’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런 문제인식에서 인지 지난 3월 5일 진행된 제5회 대중음악상 시상식에는 이적, 빅뱅, 원더걸스, 윤미래 등 주류 가수들이 대거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중음악계의 건강한 ‘소음’의 주범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지난 5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004년 1회 때부터 선정위원장으로 참여하며 대중음악상에 기여해 온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를 지난 12일(수) 만났다.
서정민갑(이하 서정) : 올 해로 5회째 행사를 진행했다. 간단하게 대중음악시상식을 치러낸 감회와 성과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듣고 싶다.
김창남(이하 김) : 5회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5회가 넘어 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5회를 지내고 나니 앞으로 10회까지 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생겼고 장기적 비전도 얻었다. 그게 성과라고 생각한다.
서정 : 제5회 시상식은 재즈스트인 웅산의 공연과 하드코어인 할로우잰의 음악을 한 무대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양한 장르들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만들어도 좋겠다.
김 : 아직 그런 고민을 할 단계는 아니다. 그래미 어워즈가 그러하듯 시상식은 1년간 준비되는 이벤트이며 문화상품이다. 우리 시상식도 궁극적으로 그런 모습을 지향해야 한다. 전체를 채우는 형식이 아니라 콘셉트를 갖고 무대를 꾸며야 하며 이런 것들을 기획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분명한 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대중음악상 시상식만의 강점인 것 같다.
서정 : 소위 오버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시상식 불참과 대리 수상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됐다.
김 :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뮤지션들 스스로가 음악활동에 대한 아티스트적 자긍심이 형성 되어있지 않아서 발생한 것 같다. 대중음악상에 진전이 있고 권위를 인정받아 간다면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리라 생각한다.
서정 : 수상작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윤미래, 드렁큰타이거, 마리서사, 에픽하이 등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했던 뮤지션들의 수상이 두드러진다.
김 : 메인스트림에서 음악적 성과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일각에서 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지향하는 기본 입장이나 방향이 ‘대중성’과 타협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에 스왈로우가 대상을 받았는데 올 해는 이적이 대상을 받았다”는 논쟁은 하나마나한 것이다. 대중음악상 시상식은 처음부터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짓는 이분법적 구분방식을 부정하면서 시작했다. 우리의 유일한 평가 기준은 ‘음악’이다.
서정 : 일각에서는 이적이 4관왕을 한 것이 과도한 것이 아닌가 하고 보는 시각이 있다.
김 : 누가 4관왕을 해도 과도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미나 어워즈나 아카데미 시상식만을 봐도 그런 경우는 흔히 나온다. 만약 대중음악상 선정위원들의 의도적 안배가 있었다면 4관왕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서정 : 점차 시상식이 진행될수록 선정위원들이 늘어나면서 대중적인 고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김 : 물론 그런 부분이 있다. 선정위원들의 수도 매회 늘어나고 있다. 성향과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정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한 해 동안 나온 대부분의 음악을 듣고 평가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찾아보면 막상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직업적으로 음악을 많이 접하는 방송이나 언론 쪽 인사들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선정위원단 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서정 : 선정위원단이 음악성을 평가한다는데 있어 대중음악상의 선정기준이 어떤 면에서 명확하지 않다.
김 : 그런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늘 하는 이야기지만 음악적 성취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고 개인마다 가치 판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싱글을 내는 사람보다 음반을 낸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가? 한국말을 많이 쓴 사람은 높이 평가해야 하는가? 와 같은 식의 기준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겠는가. 최소한에 공유된 원칙을 두고 각자의 개인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서정 : <Tell me>의 수상 경우, 작품의 질 보다는 대중적인 파워를 인정 한 것 은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선정위원들이 대중성과 대중적 인지도를 오해하는 것은 아닌가.
김 : 그런 부분이 부분적으로 있지만 전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선정위원들 중 인디음악을 선호하는 선정원위원들 중에도 <Tell me>의 평가는 높다. 오히려 대중의 인지도란 명분에 휩쓸려 음악성이 폄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판단도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정위원들이 결정하기 전에 충분히 숙고했는지이다. 궁극적으로 그런 의혹의 소지를 줄여가면서 개인적 차원에서 숙의와 고민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서정 : 빵 《컴필레이션》3집이 특별상을 수상이 눈에 띈다.
김 : 다른 의미라기 보다는 매회 특별하게 주목할 대상을 찾는다. 특별상이기 때문에 이를테면 아까운 뮤지션이 상을 받을 수 있다. 한국대중음악계에 이바지하는 바가 있다면 상을 받을 수 있다. 이 상은 선정위원단의 토론 속에서 결정된다. 프로그램이 대상을 받을 수도 있고 특별한 장르를 조망 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상이다.
서정 : 이번엔 누리꾼 투표를 분리해서 시작했다.
김 : 지난해에는 평가에 누리꾼들의 평가를 20%반영한다고 했는데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반 되는 결과가 계속 나왔다. 누리꾼들이 갖고 있는 세력이나 영향력, 음악청중으로 가지고 있는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네티즌 상’을 만든 것은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인데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 나타났듯이 상 자체가 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 있는 것 같다. 메인스트림과 인디씬이 똑같이 경쟁을 하는 상황의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충분히 예상한 결과와 지적이지만 우리가 고민 해봐야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메인스트림의 풍부한 시스템적 지원을 받는 뮤지션과 인디씬의 뮤지션간의 경합이 합리적이냐는 의문이 있지만 그런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서정 : 대중음악상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네티즌들은 여전히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을 인디음악상이라 비판을 하고 있다. 비판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 아직도 음악시장의 기형적인 불균형성이 해소되지 않았다. 청중들은 메인스트림 음악 외에는 접할 기회가 흔하지 않다. 대다수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기회를 원천 봉쇄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누리꾼들이 음악을 찾아듣는 노력도 어느정도는 필요하다. 자기가 아는 사람은 대중가수고 자기가 모르면 인디가수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되고 편협한 생각이다. 소위 비주류와 메인스트림 사이의 공백이 좁혀지고 그 둘이 만나는 중간지점이 넓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온전하게 이어지면서 이 부분에는 소기의 성과가 있다. '플럭석스' 는 주류와 비주류의 중간쯤의 음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앞으로도 그 것을 넓혀가는 것이 나의 이상적인 목표다
서정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말해 달라.
김 : 우선은 시상식 자체가 안정적으로 매년 걱정 없이 치러지는 것이 현재로서도 큰 목표다. 더불어 음악 청중들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네이버와 함께하는 ‘이주의 음악’(가제)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방송분야와의 협업도 고려중이며 우리가 여유가 생기고 물질적 토대를 갖춰지면 대중음악상 수상자들의 대규모 콘서트도 생각하고 있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통해서 청중들이 다양한 음악을 만날 수 있도록 한국대중음악상이 기여해주면 좋겠다. 앞으로 해야 될 일은 많다.
서정 :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올해로 5년이 됐는데, 지난 5년 평가를 한다면?
김 : 어렵게 시작을 했다. 처음 문화일보, 문화연대와 하다 작년에 독립해서 시상식을 끌어 오면서 이제야 선정위원행사로서 자리 잡았다고 자평한다. 시상식이 5년 동안 진행되면서 음악적 성과에 집중하는 시상식이라고 음악 청중에게 인식된 면도 있다.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이 상을 받은 것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음반 프로모션 할 때 홍보 문구로 수상기록을 넣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갈 길은 멀고 험하지만 첫 발자국은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서정 : 마지막으로 뮤지션들이나 음악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김 : ‘음악을 한다’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는 음악인들에게 노고를 표한다. 앞으로 대중음악상이 지지부진한 친구모임에 활력과 재미를 불어 넣는 새로운 친구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음악팬들에게는 특정한 가수의 팬이 아니라 한국대중음악의 팬이 되어주길 부탁하며 아울러 대중음악 판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웠으면 좋겠다. 다양한 음악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듣고 다른 음악, 다른 취향을 인정하는 성숙한 음악 공중으로 성장해갔으면 좋겠다.
* 인터뷰 전문은 문화예술웹진 <컬처뉴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컬처뉴스 바로가기]


